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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72m 공장서 수십㎞ 해저케이블 만드는 LS전선
- 202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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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72m 공장서 수십㎞ 해저케이블 만드는 LS전선
- 전선·마린솔루션·전선아시아 ‘삼각편대’로 글로벌 공략
LS전선 동해공장 해저4동은 HVDC(High-Voltage, Direct Current·초고압직류송전) 해저케이블 VCV(Vertical Continuous Vulcanizer·수직 연속 가황기)타워다. 이곳에서는 전기가 누설되지 않도록 케이블을 절연체(폴리에틸렌)로 감싸고, 절연체의 내열성과 탄력성을 높이는 가교 작업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한 가지는 CCV(Catenary Continuous Vulcanizer·현수식 연속 가황기)고, 다른 하나가 VCV다. 절연체를 입힌 초고압케이블이 나오는 압출기와 가교가 이뤄지는 파이프를 수직으로 구성한 게 VCV, 비스듬하게 구성한 게 CCV다.
VCV는 CCV의 상위 버전이다. CCV 방식은 비용은 덜 들지만 액체인 절연체가 케이블을 감싸고 굳는 과정에서 케이블 밑단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이슬 모양으로 처지고 두꺼워진다. VCV 방식은 케이블을 수직으로 떨어트려 중력의 영향을 골고루 받도록 해 절연체를 고르게 입힐 수 있다. 타워가 높을수록 작업을 더 빨리할 수 있는데, LS전선의 VCV타워는 평균 130m~150m보다 높은 172m로 지었다. 아시아에서는 최고 높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저케이블과 선박용·차량용 등 산업용 특수 케이블을 생산하는 해저 1~3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턴테이블이었다. 직경이 40m인 턴테이블은 최대 1만톤(t)의 케이블을 수용할 수 있다. 케이블은 크게 신선(구리선을 가늘게 뽑는 작업)-연선(구리선을 꼬는 작업)-절연-시스(금속 외장 작업)-자켓팅(전체 외장 작업) 다섯 단계로 생산된다.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케이블은 턴테이블 위에 감긴 뒤 ‘갱웨이(Gangway)’인 케이블 운반로를 따라 미끄러지듯이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
HVDC 해저케이블은 육로에서 쓰는 일반 전력 케이블보다 생산 진입장벽이 높다. 바닷속에 묻히는 해저케이블은 고장이 났을 때 문제가 생긴 지점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일반 전력 케이블은 짧은 케이블을 여러 개 이어 붙여 만들지만, 해저케이블은 수십㎞짜리 케이블을 한 번에 만든다. 중간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량 폐기한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송전하고, 교류로 변환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HVDC는 송전 거리에 따른 손실이 일반 교류 송전 대비 적어 장거리 송전에 효율적이다. LS전선은 2007년 초고압(250kV급) 해저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이날 둘러본 GL2030은 8000톤급 포설선이다. 포설선은 케이블을 싣고 해저에 설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 배다. LS전선은 지난 8월 해저케이블 시공 전문기업인 LS마린솔루션의 최대주주가 되며 ‘제조-시공’으로 이어지는 해저케이블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국내에서 선박위치정밀제어(DP·Dynamic Position) 시스템을 갖춘 포설선은 GL2030이 유일하다. 이날은 전남 비금주민 태양광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700t짜리 케이블을 싣고 있었다. GL2030에는 최대 4000t까지 실을 수 있다.
DP 시스템은 해상에서 선박이 받는 물리적인 영향을 측정하고 추진기를 이용해 선박을 원하는 곳에 정박할 수 있게 도와준다. DP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해저면에 있는 정확한 자리에 해저케이블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LS전선은 향후 LS마린솔루션·LS전선아시아와 ‘삼각편대’를 형성해 글로벌 해저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대만·베트남을 넘어 미국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은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사업 확대 차원에서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며, 투자 결정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LS전선의 수주잔고는 올해 6월말 기준 3조7949억원이다.
LS마린솔루션은 최근 전남 ‘안마 해상풍력사업’의 해저케이블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대만 타에베이에 영업 거점을 설립하는 등 해저 시공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만 거점 설립을 계기로 2조5000억원 규모의 해저 시공사업 수주를 위한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베트남 사업을 담당하는 LS전선아시아는 최근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 기업 페트로베트남(Petrovietnam)의 자회사인 PTSC와 현지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